[ 충청매일 ]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24년 전국의 65세 이상 인구가 1천만명에 이르고, 2025년이면 노인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게 된다.
충북의 경우 2023년말 기준 65세 이상이 33만여명으로, 전체 인구의 20.85%에 달해 이미 초고령사회로 들어섰다. 특히, 충북은 65세 이상 노령 인구가 11개 시군 중 괴산군(39.6%), 보은(39.3%), 영동(36.6%), 단양(36.3%), 옥천(34.1%) 등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이런 고령화 현상은 노동력 부족과 노동력의 고령화를 낳고, 지역 전체의 활력을 떨어뜨려 지방소멸 위기로 이어지기도 한다. 더불어 노인인구 증가는 젊은 세대들에게 사회적 부담을 안겨주고 세대 간의 갈등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지자체들은 실버산업 등 노인 친화 산업의 육성과 함께, 어르신들의 경륜을 활용하는 노인 일자리 발굴 등에 더 주력해야 한다. 경로당에 삼삼오오 모여 소일거리로 용돈도 벌면서 간식이라도 함께 나누면, 지역 어르신으로서 봉사한다는 자부심도 생기고 사회적 책임감과 참여의식이 높아져 경로당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개발도상국들은 핵가족을 지향하지만 선진국일수록 대가족을 지향한다. 요즈음 우리나라도 중산층은 핵가족을 선호하지만 부유층은 대가족 가풍을 선호한다고 한다.
조선시대 양반댁 미풍이던 ‘격대교육(세대를 건넌 조손간 가정교육)’이 21세기형 가정교육으로 새삼 떠오르는 요즈음이다. ‘늙은 말이 길을 안다(老馬識途)’던 한비자의 지혜는 인생사에서도 교훈으로 삼을 만하다.
충북도청과 우리 충북노인회가 함께 하는 ‘추억공유 시니어 디지털 영상자서전’ 사업도 그 일환이다. 어르신들의 인생사를 영상으로 남기는 작업. 대상 어르신들이 들려준 삶의 여정 굽이굽이 사연들마다 감동의 연속이었다.
"나는 국민학교를 3학년 때까지밖에 못 다녔어. 6킬로나 되는 국민학교를 짚신을 신고 다녔는데, 발가락 사이마다 빨갛게 붓고 터져서 피가 나기 일쑤였다네. 4학년 되던 해 해방이 되었는데, 다시 학교로 돌아가고 싶어도 집에 먹을 것도 없던 시절이라 차마 학교 간다는 소리도 못 했지. 아침엔 죽, 점심은 굶고, 저녁에 또 죽을 먹었어. 뒷산의 나무뿌리를 캐서 먹기도 하고, 소나무 속껍질을 벗겨 죽을 끓여 먹던 시절이었거든. 그래도 공부가 너무 하고 싶어서 서당 훈장님 댁에 나무를 해서 지고 가면 공부를 간간이 가르쳐 주셨어. 요즘은 먹고 싶은 것 다 먹을 수 있는데도 입에 맛있는 게 없어. 요즘 젊은이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돈만 벌려고 애쓰지 말고, 여행도 많이 다니고 먹고 싶은 것 실컷 사 먹으라는 말을 하고 싶어. 지금의 나를 보니깐 그래…."
미원면 경로당의 정아무개(89) 어르신은 처음 서는 카메라 앞에서도 거리낌 없이, 살아오신 인생사를 덤덤히 풀어 놓으셨다.
어르신들의 ‘영상자서전’은 이처럼 후손들에게 때론 웃음과 눈물을 자아내면서, 귀한 삶의 지혜를 전하고 후손들의 행로에 생생한 지표가 되어 줄 것이다. 어르신들의 여정들이 그대로 살아 있는 역사요 대하드라마가 아니던가.
대한노인회 충북연합회에서는 이러한 뜻을 새기며 경로당 어르신들의 이야기들을 영상으로 담고자 한다. 그분들의 스토리 속에 우리의 인생사는 물론 대한민국의 근현대사와 미래까지 생생히 엮이어 나오는 것을 본다.2024년 또 한 해가 밝았다. 새해 갑진년에는 외로이 사시는 독거 어르신들께도 카메라를 대동해 찾아 뵙고자 한다. 그 어르신 한분 한분들도 모두 드라마틱한 삶의 주인공들임을 확인하게 될, 더 큰 감동의 해가 되길 바라보면서.
[기고] 충북 ‘어르신 영상자서전’의 감동과 의미 < 칼럼 < 오피니언 < 기사본문 - 충청매일 (ccd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