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식 대한노인회 충북연합회장
도로교통법상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고령 운전자의 안전운전 및 교통사고 예방을 위하여 고령 운전자가 운전하는 차임을 나타내는 표지를 부착하고 운전할 수 있다.(도로교통법 제7조의2) 초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급격한 노인 인구 증가와 함께 고령 운전자들의 교통사고도 꾸준히 늘고 있어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최근 70대 운전자가 맞은편에서 좌회전 대기하던 차량을 들이받아 3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운전자는 급발진을 주장했지만 경찰 조사 결과 운전 미숙으로 확인되었으며 나이가 들수록 인지, 반응이 둔해지고 시력과 청력 같은 신체 능력이 떨어지고 사고 위험도 증가한다.
이에 대해 정부는 고령 운전자 자진 면허 반납 제도 등을 운영하고 있지만 반납률이 약 2%로 저조하여 실효성이 떨어지면서 더 좋은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생활을 위해 운전이 필요한 고령자도 많아 면허 반납 후 근본적인 대책이 없기 때문에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기 전까지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어르신들의 교통사고 예방과 안전을 위하여 또 다른 방안으로 거론되는 것들 중에서 ‘어르신 운전중’ 스티커를 차량에 부착하여 활용하는 방안이 우선시 되고 있다.
‘스티커, 안전성 향상에 도움’ 65%
이 방안은 실제로 해당 스티커 부착 결과 기대 이상의 효과를 가져오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지난해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조사한 결과 ‘어르신 운전중’ 스티커를 부착한 고령 운전자들은 ▲ ‘운전자 안전성 향상에 도움이 된다’ 65% ▲ ‘타 운전자의 양보 및 배려 운전을 경험했다’ 67%로 응답했다. 또 일반 시민들은 ▲ ‘고령 운전자 스티커 부착 차량에 대해 배려 할 의향이 있다’ 93% ▲ ‘스티커가 고령자 운전자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필요하다’ 84%로 매우 긍정적 반응을 나타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지난 1977년부터 고령 운전자 표장을 도입했고 현재는 제도가 완전히 정착되어 고령 운전자 차량을 대상으로 한 위협운전이나 무리한 끼어들기 등에 대해서는 일반 차량보다 더 엄한 처벌을 하여 실제 위반 시 벌점 1점과 6천 엔의 범칙금이 부과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교통사고 예방과 양보, 배려 문화 확산을 위해 2023년 1월 도로교통법 개정에 따라 고령 운전자 스티커 부착이 도입되었으며 같은 해 7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었다. 올해도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는 고령 운전자 표지 4600매를 제작해 배부한다고 밝혔고, 경남 자치경찰위원회와 파주시 등 지자체에서 ‘어르신 운전중’ 스티커를 제작해 무료로 나눠주는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충북경찰청에 따르면 2024년에 스티커 400매를 제작하여 360매를 배포했다 발표했는데 고령 운전자 수에 비교하면 턱없이 적어 형식적이고 유명무실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초보운전’ 스티커를 볼 수 있는데, 운전자들을 대상으로 ‘초보운전이라는 스티커를 부착한 차량을 만나면 어떤 행동을 취합니까’라고 물은 결과 대다수가 ‘피한다’고 대답할 만큼 조심하고 양보하며 배려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범국가적 스티커 부착 캠페인 필요
더 이상 이동권 제한과 생계 문제로 실적이 저조한 고령운전자 자진 면허 반납 제도에만 머무르지 말고 고령 운전자의 실효성 있는 사고 예방대책 일환으로 도로교통법상 정해진 ‘어르신 운전중’ 스티커 부착에 정부와 자치경찰위원회,도로교통안전공단 등 모두가 관심을 갖고 고령 운전자에 대한 안전과 배려를 실천할 수 있는 스티커 부착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벌여 나갔으면 한다.
특히 대한민국 1000만 노인을 대변하는 대한노인회와 정부 등 유관기관들이 손을 맞잡고 유기적이고 연속적인 협력으로 사업을 전개한다면 효과를 극대화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 발짝 더 나아가 ‘어르신 운전중’이라는 글자 스티커에 대해 일부 고령 운전자들의 부착 거부 반응도 있는 만큼 제도를 개선하여 일본처럼 예쁘고 아름답게 도안 된 표장을 도입한다면 더 큰 효과가 예상된다.
고령자에 대한 안전운전과 교통사고 예방은 모두가 관심을 갖고 대책을 마련해서 사업을 펼쳐야 될 시기가 도래했다. 초고령사회에서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가장 쉽고 간편한 방법은 노인들에게 양보하고 배려하는 ‘어르신 운전중’ 스티커 부착이다. 하루빨리 온 나라에 확산, 정착되길 기대한다.